싱가폴에서 두 번의 이직을 했으며, 일본에 있을 때도 두 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보통 최종 면접을 통과하면 오퍼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오퍼를 수락할지 아니면 협상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몇 번의 해외 취업/이직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봉 협상 시에 필요한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회사나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두 가지 부류의 회사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회사 내에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즉, 나이나 연차, 직급 등으로 이미 연봉을 정해놓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는 연봉 협상이 어렵습니다. 물론 정해진 범위 내에서 최고의 금액을 얻어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5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연봉 범위가 4천만원~5천만원이라면 5천만원까지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요즘 일반적인 IT 회사의 형태로 정해진 테이블이 없고 보통 이전 직장 연봉의 몇 프로까지 인상해주는 곳입니다.
그러면 제가 실제로 연봉 협상한 결과를 케이스별로 공유해보겠습니다.
1. 한국 자동차 IT 회사(일본->한국)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기면서 최종 2곳의 오퍼를 받았습니다. 한 곳은 자동차 IT 계열 회사로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는 경우였습니다. 회사가 처음 제시한 금액이 너무 적어서 협상을 했지만 인상 폭이 제한돼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한 곳은 기존 일본에서 받던 연봉보다 인상된 금액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2. 싱가포르 주재 스위스 연구기관(한국-> 싱가포르)
처음 제시받은 금액이 꽤 큰 금액이라 만족했지만, 이후 싱가포르 물가 등을 조사해보니 그렇게 좋은 조건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담당자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연봉 협상을 했지만, 해당 포지션의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조정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처럼 연봉 테이블이 없어도 해당 포지션에 할당된 예산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회사는 대부분 이런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월급 기준 8,000~12,000 싱달러 형식입니다. 이 예산 범위를 알고 있다면 연봉 협상 시에 유리합니다. 즉, 월 12,000달러까지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3. 싱가포르 주재 일본 IT회사(싱가포르-> 싱가포르)
일본 회사라면 보통 연봉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일본 회사라서 싱가포르의 고용 형태나 규칙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 직장보다 몇 프로 더 인상해준다고 했지만, 인상률이 적었습니다. 역시 여러 번의 협상을 통해 인상률을 올리려고 했지만 결국 회사 쪽 요구 사항에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접 시에 어느 정도 인상을 원하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너무 소극적인 수치를 제시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10~15 프로 인상을 원한다고 했다면 회사 쪽에서 15가 아닌 10에 맞춰준 겁니다.
4. 싱가포르 주재 독일 보험 회사(싱가포르-> 싱가포르)
가장 최근에 한 이직이네요. 사실 연봉 협상에 후회가 많은 이직입니다. 면접 시에 어느 정도 인상을 원하느냐고 물어봤고, 이전 직장에서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처음부터 높은 인상률을 불렀습니다(범위가 아니라 딱 OO프로 원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최종 면접을 끝내고 오퍼가 왔을 때는 제가 제시한 인상률만큼의 연봉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합격하고 나니, 인상률을 더 올리고 싶더군요. 하지만 이미 면접 시에 언급한 숫자가 있는지라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한 전략은, 전체 연봉이 아니라 기본급(보너스 제외) 기준으로 인상률을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산하니 전체 연봉이 기존 제시한 것보다 5프로 정도 더 인상됩니다. 협상할 때 기본급 기준인지 전체 연봉 기준인지(기본급+보너스)를 잘 구분하는 것이 팁이네요. 결국 HR에서는 제 협상안을 받아들여서 최종 오퍼에 사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며칠 후에 발견한 해당 포지션의 공고에 연봉 범위가 기재돼 있었습니다. 상한이 제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높았던 겁니다. ㅠㅠ. 땅을 치고 후회를..면접 시에 이 정보를 알았더라면,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할 수 있었을 텐데..정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5. 호주 이직(들은 얘기)
같이 일하는 호주 개발자들이(호주에서 일하는) 최근에 많이 퇴사를 했습니다. 호주에서도 IT 인력난이라고 많이 이직을 한다더군요.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나: "이직하면 20~30프로 인상할 수 있어?"
호주 개발자: "아니. 40프로 넘게 인상하고 가. 지금이 좋은 기회야. 옮겨야지"
정리하자면,
1. 오퍼를 받으면 바로 Yes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하자.
2. 연봉 테이블이 존재한다면 협상이 어렵다. 사전에 헤드헌터나 회사 HR에게 어느 정도 고려하는지 물어보자.
3. 싱가포르에선 보통 해당 포지션의 예산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선 예산(연봉 범위)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보를 가지고 적정한 인상률을 제시하자.
4. 면접 시에 HR에서 인상률을 물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높게 부르는 것이 좋은 듯. 높게 부른다고 면접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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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it방랑자
<<나는 도쿄 롯폰기로 출근한다>>의 저자. 한국, 일본, 네덜란드를 거쳐 지금은 싱가폴에서 외노자로 살고 있는 중. 취미로 IT책 을 번역하고 있음. 현재까지 약 30여권의 일서, 영서 번역. 대표서적으로 <<그림으로 공부하는 IT인프라>>, <<코딩의 지탱하는 기술>>, <<C# 코딩의 기술>>, <<알고리즘 도감>>, <<모어 이펙티브 C#>> 등이 있음.